“6권의 소설, 6명의 주인공” 제인 오스틴 북클럽

The Jane Austen Book Club (2007)
106 min|Comedy, Drama, Romance|05 Oct 2007
6.8Rating: 6.8 / 10 from 26,012 usersMetascore: 61
Six Californians start a club to discuss the works of Jane Austen, only to find their relationships -- both old and new -- begin to resemble 21st century versions of her novels.

제인 오스틴은 정말 미스터리한 작가이다. 동시대의 남성 작가들이 나라와 시대정신을 고찰할 때 고작 거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담 수준의 글을 썼을 뿐인데 19세기 영국의 소도시에 살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하나의 트렌드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 변치 않는 동시대성을 갖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그리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녀의 파워는 영상화 시대가 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일명 문예영화로 젊은이들의 관심권 밖이었던 ‘오만과 편견’이 1995년에 BBC에서 드라마화되면서 시대적 아이콘이 됐다.

1996년에는 영미권의 두 미녀가 연달아 ‘에마’로 변신했고 10년 뒤에는 제인주의자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날 만큼 파격적인 ‘오만과 편견’이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이에 자극받은 영국의 iTV는 2007년에 ‘제인 오스틴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묵혀두던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맨스필드 파크’,’설득’의 영 버전을 만들어 히트시켰고 (제인주의자의 원성은 계속됐다.) 2008년에는 BBC가 노숙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새 단장 시켜서 일련의 제인 오스틴 다시 만들기를 마무리 지었다. (역시 제인주의자의 원성이 이어졌다.)

조금 남다른 형식의 제인 오스틴도 만나볼 수 있는데 우선 1995년에 개봉한 청소년 영화인 《클루리스》의 원작은 ‘에마’다. 헬렌 필당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오만과 편견’을 원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두 편의 뮤지컬 영화도 있는데 하나는 ‘오만과 편견’을 원작으로 한 ‘신부와 편견’이고 다른 한 편은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발리우드 버전인 《칸두콘단인 칸두콘다인(Kandukondain Kandukondain)》이다. 특이한 사실은 두 편의 영화에서 모두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인도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아이쉬와라 라이라는 것.

엠마 캠벨 웹스터의 《제인 오스틴의 미로(Lost in Austen)》는 독특하게 방식으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접근한다. 과거 TV에서 방영됐던 《인생극장》처럼 여주인공이 제인 오스틴의 6권의 소설 속으로 직접 들어가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형식이다. iTV는 ‘제인 오스틴 시즌’에서 재미를 봤는지 2008년에 바로 이 《제인 오스틴의 미로》를 방영 중이다.

마지막 남은 한편이 바로 오늘 소개할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다. 제인 오스틴만 읽는 북클럽 회원들의 제인 오스틴 읽기가 주제로 그 어느 해보다 제인 오스틴 영상물이 범람했던 2007년도에 개봉됐다. 국내에서는 소리소문없이 DVD로 출시됐다. 원작은 커렌 조이 파울러가 2004년에 발표한 동명의 베스트셀러이다. 《작은 아씨들》, 《프리티컬 매직》, 《게이샤의 추억》등 자매애, 여성의 우정 등 여성들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감독인 로빈 스위코드가 직접 각색과 감독을 맡았다.

다섯 여자와 한 남자가 모임을 결성한다. 각각 개 사육자, 고등학교 프랑스 어 교사, 사서, 개성 강한 노부인, 레즈비언, SF 장르 마니아로 공통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로, 바로 제인 오스틴의 6권의 소설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과 닮은 듯 다른 이들 6명의 회원의 지닌 사연은 개성 넘친다. 개성 강한 노부인인 버나데트(캐시 베이커 분)는 애견을 잃고 우울해 있는 개 사육자 조슬린(마리아 벨로 분)을 위해서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결성하기로 하고 영화관에서 마주친 프루디를 모임에 끌어들인다.

도서관 사서인 실비아(에이미 브렌너만 분)는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남편 대니얼 (지미 스미스 분)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는다. 고등학교 프랑스 어 교사인 프루디(에밀리 블런트)는 자신과는 취향이 맞지 않는 남편 딘 대신 매력적인 외모의 제자 트레이에게 끌린다.

조슬린은 상심한 실비아를 위해서 새로운 짝을 찾아주기로 하고 SF 마니아인 그리그(휴 댄시 분)를 모임에 끌어들인다. 평소 엑스스포츠를 즐기는 레즈비언 알레그라(매기 그레이스 분)은 스카이다이빙을 하다가 부상을 입고 그 와중에 매력적인 여성인 코니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모임은 2월에 ‘에머(엠마)’를 시작으로 3월 ‘맨스필드 파크’, 4월 ‘노생거 사원’ 5월 ‘오만과 편견’ 6월 ‘이성과 감성’ 7월 ‘설득’ 순으로 정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회원 집에 돌아가며 모여 토론을 벌인다. 원작에서는 그달에 선택한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집주인이 그달의 주인공이 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식으로 전개되나 영화에서는 달에 상관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6명의 캐릭터가 자신의 처지를 대입해 제인 오스틴을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영화 속 캐릭터의 내밀한 심리가 겹쳐지는 지점이 영화의 포인트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모두 읽은 관객이라면 –그녀들의 수다에 살짝 껴 있는 기분으로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을 읽지 않은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낯선 수도 있다. 직접 감색을 겸한 감독 로빈 스위코드는 제인 오스틴을 읽지 않은 관객까지 배려하고자 원작에 듬뿍 담겨 있던 제인 오스틴에 대한 수다는 줄이고 대신 주인공들의 사랑은 늘렸다.

자신에게 무신경한 남편과 성적 매력을 풍기는 고등학생 사이에서 고민하는 프루디의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고 그리그와 조슬린의 애정관계는 뚜렷해졌다. 여성 대중 영화의 색채가 짙어져서 6명의 주인공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다른 회원들의 우정을 발판 삼아 각자에게 던져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제인 오스틴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모두 자신만의 사랑을 찾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섬세하고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 관객들이라면 호감이 갈만한 영화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다 읽고 더불어 커렌 조이 파울러의 원작까지 읽은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남은 것이다. 극 중 러브라인이 없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뭉텅 잘려나가 매력적인 버나데트와 알레그라가 변방의 캐릭터로 급이 떨어졌다.

실비아가 외모에도 신경 쓰지 않는 중년 여성이어서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겼다가 외모가 나아지자 때마침 남편이 돌아오는 식의 원작에 없던 에피소드도 생겼다.

‘북미 제인 오스틴 학회 회장’은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제인 오스틴 관련 소설/영화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종합했다. “제발 하지 마”. 아마도 진정한 제인주의자들은 소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독자들은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그런 말을 내뱉고 싶지 않았을까? 어떤 식으로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원작을 읽어보고 싶고 나아가 제인 오스틴의 6권을 완독하고 싶다면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것이다.

6명의 배우 모두 좋은 호흡의 연기를 선보이는데 특히나 프루디 역을 한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발군이다. 원작에서 그녀는 오직 자신만이 순수한 제인주의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등 전형적인 비호감인 캐릭터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 영화에서 속 프루디의 존재감을 뚜렷하다.

정숙한 고등학교 교사이자 제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복잡한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원작의 주인공격이었던 조슬린역의 마리아 벨로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녀는 《폭력의 역사》로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탈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마리아 벨로의 연기는 너무 밋밋하다.

케시 베이커가 연기한 버나데트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캐릭터다. 6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 이 개성강한 노부인의 이야기가 뭉텅 잘려나가서 케시 베이커가 연기할 거리도 없었다.

개성 강한 레즈비언 알레그라를 연기한 배우는 매기 그레이스로 《로스트》,《포그》,《테이큰》등에서 예쁜 여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배우다. 원작에서의 알레그라는 조울증이 있고 아름다운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치명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개성 강한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그런 개성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경력 짧은 여배우가 소화해내기에는 벅찬 역이었다.

그리그 역을 한 휴 댐시는 알게 모르게 참 많은 역을 한 배우이다. 1975년생인 이 영국 배우는 《블랙 호크 다운》을 제외하고는 《슬리핑 딕셔너리》,《다니엘 데론다》,《 엘라 인챈티드》등에서 심약한 남자를 주로 연기해왔다. 시스터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은 그리그에게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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