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 시대 여성 희생 찬양 드라마’ 정혼

‘정혼’ 이진현

정혼
Title: 정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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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2

때는 마한시대(BC194년이후로 추정) 약소국인 십제동맹 주수의 딸 연교는 정치적 동맹을 목적으로 강대국 목지국(目支國)의 장수 백하와 정략 결혼을 하게 된다. 연교의 어머니 단애부인은 자신의 나라를 떠나 이국에서 외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딸의 운명을 볼 수 없어 연교를 어린 시절 친구 소우와 함께 소도로 피신시킨다.

소도에서 병자들을 돌보며 숨어 지내던 연교는 한 병자로부터 도망처버린 자신 대신에 가짜 신부와 백하가 혼례를 올렸으면 듣게 된다. 앞으로 신부의 신분이 밝혀지면 자신의 나라가 위험에 빠질 것을 알게 된 연교는 소도를 떠나 목지국으로 갈 결심을 한다.

목지국의 장수 백하는 자신의 신부가 혼례를 두려워하며 소도로 도망간 사실을 알게되자 자신이 크게 모욕당했다고 느낀다. 평생 신부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백하는 정원에서 노예 차림의 낯선 여인을 발견하고 되고 그녀와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진현의 세번째 작품인 《정혼》은 그녀의 필력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실력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의 많은 국내 역사 로맨스 소설물이 필수부가결한 요소인 고증적인면을 가볍게 취급하여 현대 로맨스 소설물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겉모습만 역사 로맨스물인 경우가 많은 반명 그녀의 이번 작품은 쉽지 않았을 고대 한국 역사의 한 단면을 잘 살려 작가의 노력 여부가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다.

글 한 줄 대화 한 문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그 시대인의 모습으로 생활을 한 작가의 필력은 자칫 로맨스 소설은 고증이나 역사적 사실을 떠나 누구나 가볍게 충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경종을 올려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뛰어난 장점외에도 여러가지 취약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원칙- 남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일것. 권선징악적 구조. 두 사람 사이를 가로 막았던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는 해피엔딩 – 인데 정혼은 바로 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 부분이 상당히 약하다.

작가는 본 작품을 통하여 ”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면 반드시 상대에게 전해진다” 고 믿고 모든 역경을 꿋꿋이 이겨나가는 여주인공 연교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여성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감상적인 접근법은 분명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적국의 장수에게 팔려가듯 혼인하여 시댁에서 모진 고초를 당하면서도 남편의 사랑을 기다리는 모습은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백하의 사랑을 원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내러티브가 현격하게 부족하여 오랜 시간동안 각종 매체에서 찬양되어 왔던 우리내 희생적 여인의 모습과 차별성을 찾을 수가 없다.

마한 시대라는 외피를 한 꺼풀 벗겨내면 내피는 홈드라마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여성희생찬향드라마의 모습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한 여인, 시어머니의 모진 박해, 철부지 말괄량이 시누이, 목석 같은 남편.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지켜내야 할 아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평초처럼 물결에 휘둘리는 여인까지) 일뿐이다.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통적인 우리내 여인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소설을 여성주의 문학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 소설에서까지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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