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판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2017)

Little Women (2017)
180 min|Drama|13 May 2018
7.2Rating: 7.2 / 10 from 3,273 usersMetascore: N/A
Dramatization of Louisa May Alcott's novel about the lives of the four March sisters during the American Civil War as they learn to navigate love, loss, and the trials of growing up.
2017년 BBC 작은 아씨들

2017년 BBC 작은 아씨들

BBC의 연말 특집극으로 방영된 2017년 버전 미니시리즈는 도입부부터 기존 영화나 드라마와 선을 긋는다.  도입부에서 소녀들은 자신들을 옥죄었던 코르셋을 풀어버리고 단단하게 매듭지었던 머리도 풀어헤치고 속옷 차림으로 장난스럽게 웃으며 서로의 머리카락 끝을 잘라낸다. 그녀들은 더는 도덕과 겸양이 지배했던 회색빛 도시 콩코드시의 박제된 ‘작은 아씨들’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소녀들이다. 드라마는 기존 버전들과 달리 답답한 세트장을 박차고 나와 자연 속에서 걷고 말하고 싸우고 웃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가의 4자매와 로리를 연기한 배우들은 신인급이다. 조 역에 마야 호크는 19살로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의 딸로 이름값만으로도 할리우드에서 꽤 주목받고 있는데 사실상 이게 데뷔작이며 에이미역에 20살의 캐슬린 뉴튼은 아역배우로 잔뼈가 굵고 여러 유명 TV시리즈에 출연해 차근차근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다. 메그역에 26살의 윌라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 출연 당시 TV시리즈 ‘스크림’에서 주연으로 주목받았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던 25살의 아네스 엘위가 14살의 베스역을 맡았다. 로리역은 22살의 조나 하우어 킹으로 조,단역으로 경력을 쌓는 중이며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 왕자역으로 캐스팅됐다.

2017년 작은 아씨들

2017년 BBC판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 계의 어벤저스급으로 불리는 위노라 라이더 주연의 1994년 판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어깨가 둥글고 팔다리가 껑충하게 길며 코가 우스꽝스럽게 생긴 조의 외모에는 마야 호크가 더 어울린다. 마야 호크스는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와 잘 어울린다. 비록 앞선 여배우(캐서린 햅번,준 앨리슨,위노라 라이더)의 벽을 넘을 수 없을지 몰라도 팔딱거리고 살아 숨 쉬는 물고기처럼 생명력이 넘친다.

조나 하우어 킹에게 크리스찬 베일의 외모는 비교 불가이나 검정 곱슬 머리에 어두운 피부, ‘조’만한 키에 작은 손발을 가진 로리는 조나 하우어 킹을 더 닮았을 것이다. 외모의 벽만 넘는다면 감성적이며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로리를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네 자매의 주변 어른들을 연기한 배우는 모두 중량감이 넘친다. 마치 목사역을 맡은 딜란 베이커는 할리우드의 잔뼈가 굵은 배우로  미드 ‘굿와이프’에서 소름 끼치는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를 찰떡같이 연기해 에미상에 3번이나 지명 된 바 있다. 마치 부인 마미를 연기한 에밀리 왓슨은 ‘힐러리 앤 재키(1998)’,’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펀치 드렁크 러브(2002)’에 등에 출연했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2번이나 올랐고 수많은 상을 받은 명배우이다. 마치 고모는 그야말로 대배우 안젤라 랜스버리가 로렌스씨역에는 마이클 갬본이 – 요즘 세대에게는 덤플도어 교수로 알려진 – 맡았다.

‘작은 아씨들’은 BBC에서만 1950,1958,1970년에 제작됐고 이번이 4번째이다. 드라마는 3시간짜리 버전답게 기존 영화 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네 자매의 개별 에피스도에도 충실하다. 다만,소녀에서 성인이 되는 십 년의 세월을 다루는 시대극에 촞점을 맞춰 교훈적인 에피소드가 다수 잘려나갔고 메그가 모팻네 파티에 참석해서 검약과 화려함 사이에서 혼라스러워 하는 에피소드와 에이미가 아이들 앞에서 뽐내기 위해 라임 절임을 학교에 가져갔다가 선생님께 망신을 당하는 에피소드는 원래 1부에 속하는 내용으로 소녀용 교육 동화에 딱 어울리는 에피소드였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머니 부재 중 자매들이 독립적 삶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에피소드로 재편됐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은 메그격인 언니에게 강한 유대감을 에이미격인 동생 메이와 예술적 경쟁 관계였고 이름도 같은 여동생 엘리자베스의 죽음에 평생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조가 언니 메그와 동생 베스와의 이런 감정이 잘 표현돼 있지만 에이미와의 관계는 미흡하다. 왜냐하면 각색을 맡은 스타 드라마 작가 하이디 토마스가 ‘작은 아씨들’의 케케묵은 논쟁거리를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조는 독신 작가로 잘 나갈 것 같더니 매력적인 옆집 소년 로리 대신 아버지 같은 베어 교수를 택했는가? 그리고 평생 독신으로 살 것 같던 로리는 조 대신 에이미를 선택했는가?

하이디 토마스의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20살 차이가 나는 베어 교수 역에 좀 더 젋은 10살 차이가 나는 배우를 선택했고 그가 덜 권위적으로 보이도록 에피소드로 고쳐 썼다. 현대의 원작 소설 팬들이라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베어 교수가 조가 돈을 위해서 통속 소설을 쓴다며 마구 비난하고 조도 그에 충격을 받아 이제는 통속 소설을 쓰지 않는 대목이다.  실제로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은 조처럼 화려하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쓰며 즐거워했다.

드라마에서 조는 베어 교수에게 내가 쓴 원고는 동생의 목숨값이며 당당하게 맞서 그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베어 교수는 셰익스피어도 생계형 작가였다며 셰익스피어 전집을 선물해주는 준다. 현대로 치면 로맨스나 스릴러를 쓰며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이라는 자부심이 넘치는 조에게 셰익스피어를 선물했다고 베어 교수가 매력남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 드라마가 그리는 조는 예술적 성취를 위해서 애쓰는 게 아니라 생계형 작가로서의 조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데 그나큰 자부심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가 상업주의에 물들지 말라고 충고하자 생계를 책임지는 게 더 중요하다며 맞선다. 작가로서 힘든 삶을 살았던 조가 탈권위적이며 아이들에게도 자상하고 안식처 같은 교수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감성적이며 영앤리치의 표본 같은 로리를 선택하지 않는 조의 선택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2017년 BBC판 작은 아씨들

조역의 마야 호크 로리 역의 조나 하우어 킹

드라마는 로리를 사이에 둔 조와 에이미의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예술적 야망이 넘쳤던 에이미의 서사는 수박 겉햩기식이며 에이미는 이 삼각관계를 위한 캐릭터로 이용된다. 에이미의 서사가 남아있는 건 로리와 조 사이에 에이미가 있을 때뿐이다. 에이미는 조와 로리 사이를 질투해 조의 습작 원고를 태웠다가 조와 사이가 틀어지고 자신을 외면하는 조를 따라갔다가 연못에 빠져 조에게 크나큰 죄책감을 안긴다.

베쓰가 성홍열에 걸려 에이미는 마치 고모 댁에 피신을 가야 했는데 로리가 찾아와 에이미를 위로해 준다. 훗날 에이미와 로리의 급작스러운 로맨스에 개연성을 부여해주려는 포석이라고 해도 이때까지도 로리 눈에는 에이미는 철부지 귀여운 막내 여동생이었다. 이런 에이미와 로리의 서사는 로리가 조에게 실연당하고 유럽에서 에이미와 재회하고 그녀에게 막내 여동생이 아닌 여인의 향기를 느끼고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느끼는 것과 연결돼 큰 폭발력을 일어나 두 사람의 로맨스에 개연성을 불어넣어야 하나, 외견상 같은 여배우가 13살과 20살 시절을 모두 연기해 극적인 울림을 찾기 힘들며 로리가 꿩 대신 닭을, 에이미가 언니의 첫사랑을 빼앗은 것 같은 찜찜함을 사라지지 않는다.

로리와 조의 로맨스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팬들이라면 만족할만한 장면이 많다. 조는 강력하게 로리를 밀어내면서 동시에 의지한다. 로리는 그 어떤 버전보다 조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고 절망한다. 그래서 후반부에 그가 에이미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하는 결말은 여전히 이전과 같은 물음을 남긴다. 대체 왜 에이미와 결혼했는가? 극 중 마치 부인은 조에게 에이미의 약혼 소식을 전하며 “로리가 에이미를 선택하는 대신 다시 구애했다면 받아들였겠는가?” 하고 묻는다. 조는 그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했다면 “예”라고 대답했을 거라며. 하지만 그건 옯은 선택이 아니고 자신은 작가로서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2017년 BBC판 작은 아씨들

로리역의 조나 하우어 킹,에이미역의 캐스린 뉴턴

로리는 조를 찾아와 내 마음속에서 너와 에이미가 위치가 바뀌었다며 너는 이제 내 여동생이고 에이미는 아내라며 예전처럼 친구로 잘 지내자고 하자 조는 우리는 이제 더는 애들도 아니라며 그렇게 지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우리는 친구라며 로리를 밀쳐내던 조는 어디로 갔는가? 에이미와의 결혼에 충격받고 로리의 제안도 거절하는 조는 어딘가 모르게 뒤늦게 찾아온 사랑을 깨닫고 후회하는 질척이는 여성처럼 보인다.

죽어가는 마치 고모는 혼자만 독신으로 남은 조에게 세상은 독신 여성에게 좀 더 친절해야 한다며 저택을 유산으로 남긴다. 조는 저택을 팔아 독신 작가의 길을 가는 대신 자신을 찾아온 베어 교수와 결혼한 뒤 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다. 좀 전까지 첫사랑마저 거절하고 작가의 외길을 가겠다던 조의 이런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후반 러닝 타임에 극 중 시간상 흐름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새 15살에서 25살이 되고 앞으로 30살,35살의 독신 여성으로 녹록지 않은 삶을 걱정하던 조의 심리 묘사도 불충분하다. 비록, 작가의 야심 찬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눈에 띄는 시리즈다. 19세기 미국 여성으로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했던 루이자 메이 올콧의 실제 삶이 겹치는 소박한 작은 아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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