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아내와 요부’ 아련히 피어나는 수채화 사랑

‘아련히 피어나는 수채화 사랑’ 리사 클레이파스

아련히 피어나는 수채화 사랑
Title: 아련히 피어나는 수채화 사랑
Original Titles: Someone to Watch Over Me(1999)
Genre:
Series Number: #1
Publisher:
Published: 1999

보우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수사관인 그랜트 모건은 템스 강에 빠져 죽을 뻔한 유명한 매춘부 비비안 뒤발을 구해준다. 과거 비비안이 앙심을 품고 퍼뜨린 거짓말 때문에 창피를 당한 그랜트는 복수할 목적으로 비비안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비비안은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예전과는 정반대의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달라진 비비안의 행동에 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그녀를 대하게 된 그랜트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살해 음모를 파해 치기로 한다.

Awards

  • 1999년 로맨틱 타임스 리뷰어 초이스 올해의 역사 부문 파이널리스트
  • 2000년 Rita Award Short Historical Romance 부문 파이널리스트
보우 스트리트 러너(Bow Street Runners)
  1. Someone to Watch Over Me,1999 : 아련히 피어나는 수채화 사랑(큰나무)
  2. Lady Sophia’s Lover,2002 :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큰나무)
  3. Worth Any Price,2003 : 영원히 지켜 줄 수 있는 사랑(큰나무)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 정숙한 아내와 요부를 서사에 도입한 것이 흥미롭다. 비비안은 남자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뒤 파멸시키는 전형적인 요부다. 비비안 같은 고급창녀 코르티잔에 대해 남자들은 그녀들이 자신들의 순진한 마음을 미끼로 재산을 갈취한다는 이유로 악녀로 몰아세웠고 이에 뒤질세라 여자들은 방탕한 행동으로 정숙한 동시대 여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난을 했다. 재산을 미끼로 젊은 육체를 탐하고자 했던 신사들의 순진한 마음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탕한 행동을 일삼던 레이디들의 품행방정 함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리사 클레이파스는 주디스 아이보리나 매기 오스본 같은 실험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작가가 아닌 로맨스의 전형성에 안주한 로맨스 작가다. 예를 들어 밑바닥인 하녀가 여주인공이라 할지라도 하녀가 금새 백작의 정부(情婦)가 되는 식으로 이야기는 상류계층의 틀에서 쳇바퀴를 돈다. 비비안은 코르티잔이라는 설정이지만 작가의 기존 행보를 더듬어보면 역설적으로 비비안은 절대로 코르티잔 일 수가 없다. 코르티잔이지만 코르티잔일 수 없는 없다면 답은 하나다. 그랜트가 알았던 과거의 비비안과 현재의 순결하고 착한 비비안은 동일인물이 아닌 것이다. 비비안의 정체야 말로 극의 구심점인데 이야기를 펼치기도 전에 플롯이 읽힌다.

그랜드가 비비안을 대하는 태도도 과거와 현재에서 뚜렷하게 나뉜다. 과거 창녀일 때의 오만한 비비안은 가지고 놀다 쉽게 버릴 수 있는 단순히 성적인 – 그녀를 즐기고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대상이다. 첫 대면에서 그랜트는 비비안에게서 강한 성충동을 느끼지만 그녀는 남자를 조종하려는 자기 의지가 너무 분명하며 진실한 감정도 없이 섹스를 하는 여자라는 데서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반면 현재의 비비안은 “매력적이면서 – 모든 것을 그랜트에게 의지해야 하는 – 대단히 연약한 존재가 되자(p50)”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품는다. 하지만 설사 현재의 비비안의 정숙한 행동과 하녀를 배려하는 착한 행동이 곤경에 처한 착실한 처녀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눈 앞의 진실을 믿지 않는 그랜트에게 그녀는 여전히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 창녀다.

그랜트의 이런 모순적인 행동은 비비안의 육체관계로 자신의 순결을 증명하고 나서야 바뀐다. 그랜트는 “마치 그녀의 순결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순수함이 조금이나마 되돌아 온 것처럼(P205)”느낀다. “그가 이젠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여자는 그가 생각했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으며 뜻하지 않게 그녀의 순결을 빼앗아 버렸다. 이제 그 심판에 직면해야 하리라.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그녀에게 했던 거짓말을 고백하고, 그녀가 그를 용서하고 다시 믿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다. (P205)”

작가는 데뷔작 《사랑이 이끌리는 곳》에서 본 작과 유사한 플롯을 – 순결한 처녀가 창녀로 오인 받아 강간을 당하는 – 사용한 적이 있다. 비비안은 진실히 밝혀진 뒤 그랜트에게 자신을 성적으로 유린해 복수하려 했던 일에 대해서 사죄를 요구하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랜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이 아닌 비비안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억지 춘향이식으로 사과하는 것은 그다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결말에서 두 명의 닮은꼴 비비안의 삶은 순결한 쪽은 정숙한 아내가 되고 방탕한 쪽은 요부의 삶을 선택하는 것으로 갈라진다. 로맨스 소설 같은 장르 문학은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것이 최우선임으로 대중이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시점에서 강제적으로 시선을 제한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감정 이입이 쉬운 착하고 순결한 비비안은 멋진 남편이란 복을 받고 반대의 상황인 비비안은 편리를 위해 자신의 아이를 내팽개치는 식으로 묘사된다.

극 중 코르티잔 비비안은 “재미있고 즐겁고 풍족하다. 정숙이니 명예니 늘어놓지 마라. 난 가장 자신 있는 일을 할 뿐이다”라며 지극히 쾌락일변도의 모습만 강조된다. 실제 다수의 코르티잔이 쾌락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작가는 당시 시대상황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그녀들을 – 가난했고 어떤 직업도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몸뚱이를 밑천으로 최고의 부를 일궈낸 – 현대의 청교도적이며 남성중심적 인 시선으로 단죄하고 있다. 엉성한 플롯에 어설픈 역사관을 들어낸 졸작이다. 코르티잔에 대한 좀 더 공평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다면 주디스 아이보리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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