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처녀의 포도밭 체험 수기’ 포도밭 그 사나이

‘포도밭 그 사나이’ 김랑

포도밭 그 사나이
Title: 포도밭 그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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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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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2년차인 지현은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당숙 할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2년 동안 포도 농사를 지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직계 자손이 없는 당숙 할아버지가 일만 평이나 되는 포도밭을 지현에게 물려주겠다며 당장 내려와서 농사를 지으라고 한 것. 모아 놓은 재산 하나 없는 평범한 소시민인 지현 엄마 옥순은 부랴부랴 지현이를 짐 싸 들려 시골로 내려보내는데, 그곳에는 괴짜 당숙 할아버지 말고도 장택기라는 정체불명의 포도밭 일꾼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은 일단 소재에서 50% 이상을 먹고 들어간다. 작가 후기에도 밝혔지만, 대다수 한국 독자의 관점에서의 로맨스 소설이란 어디까지나 성격 나쁜 재벌 남주인공과 가난하지만 청초한 여주인공이 펼쳐내는 할리퀸 로맨스 아닌가? 그런데 포도 농사 짓는 평범한 청년이 남주인공이란다. 그냥 4년제 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도시에서도 발에 차이는 평범한 남자다.

작가 김랑의 유머 감각에는 콜라 같은 청량감이 있다. 그녀의 의도대로 소설은 여름날, 평상에 누워 읽으면 좋을 만큼 시원원시 원하게 읽힌다. 어찌 보면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요즘 한참 바람몰이 중인 칙릿의 그것과도 닮았다. 에세이 풍의 밝고 명랑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서울 처녀가 처음 물 설고 말 설은 농촌에 놀러 가서 보고 듣고 겪은 한 편의 그림 일기 같다. 그 그림 일기에는 어린 들쥐를 넣은 들쥐주(!!!), 마당에서 한 식구처럼 기르던 개를 복날 안면몰수하고 잡아 먹기, 마을 잔치를 한다며 모여 돼지를 눈 앞에서 때려 잡기 등의 일반 도시인의 눈높이로 보기에는 다소 몬도가네 같은 에피소드들이 포진되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현이라는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마을 총각들이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택기의 질투심을 유발해 택기와 지현의 연애 모드로 돌입하게 되는 결정적인 단초로 제공되는 등의 식상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2% 이상 부족해 보이는 로맨스의 부재에 있다.

로맨스 소설이란 장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로맨스가 이야기의 주가 되어야 한다. 로맨스 소설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이중창이다. 아무리 지현이라는 훌륭한 소프라노가 있어서 멋들어진 콜로라투라를 뽑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한 쪽의 택기라는 캐릭터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중창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지현의 목소리뿐이다. 온통 그녀가 체험하는 삶의 포도밭 현장 중계가 이어진다. 로맨스 소설에서 포도밭 일꾼 체험 수기가 이어지기 바빠 정작 로맨스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조건을 보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한다. 하지만 사랑 우선주의를 외치는 평범한 범인(凡人) 인 우리 역시 나름의 조건을 가지고 원을 그어 놓고 원안의 기준에 합당하는 이들을 선별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지현은 택기만을 예외로 한 채 다른 농촌 총각들을 애초에 연애 대상에 넣지 않는데 작가 역시 미묘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발견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일꾼 체험 수기에 밀려 서로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진지한 사랑 고민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 점이 가장 아쉽다.

작가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유머 감각이 있지만 그에 비해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는 잘 살려내지 못한다. 우선 장택기의 캐릭터성이 너무나 평면적이다. 독자들이 그에 대해 아는 것은 31살에 화학과를 나와 포도 농사를 지으며 친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무뚝뚝하다는 것뿐. 다시 TV <포도밭 그 사나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오만석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TV속 장택기는 캐릭터성이 풍부하고 입체감이 있다.

그리고 지현과 어머니의 대화와 지현과 택기를 대화를 비교해 보라. 입에 착착 붙는 지현과 어머니의 대화에 비해 지현과 택기에 대화는 상당히 어색하다. 이 점은 국내 로맨틱 코미디가 외국 로맨틱 코미디에 가지는 상대적 약점과도 일맥상통한데 로맨스 소설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인 만큼 서사 구조만큼 대화의 비중이 높다. 작가가 좀 더 대화에 대해서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작은 여러 가지 약점과 강점이 혼합해 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재벌 남주인공, 연약하지만 강단 있는 여주인공 구도의 가장 전통적인 한국 로맨스 구도에서 한 발 나아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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