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영화의 고전” 사랑이 머무는 곳에

Ice Castles (1978)
108 min|Drama, Romance, Sport|31 Dec 1978
6.6Rating: 6.6 / 10 from 3,083 usersMetascore: 51
A young girl is on top of the world until a tragic accident dashes her hopes and dreams of becoming a world-class figure skater. Only with the help of those who love her can she prove to ...

미국 아이오와주 웨버리(우리나라로 치면 ‘깡시골’)에 사는 16살의 고등학생 렉시(린-홀리 존슨)는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스케이트를 배운 것이 전부지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동네 아이스링크 주인이자 25년 전 지역 챔피언이었던 벨라 스미스(콜린 듀허스트)의 지도를 받아 지역 피겨 1차 예선에 출전한다.

변변한 선수복도 없이 코치가 입었던 낡은 선수복을 입고 시합에 나간 렉시는 심판들의 텃세에 밀려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한다. 하지만, 렉시의 재능을 알아본 유명 코치 데보라(제니퍼 워런)에게 발탁돼 피겨 선수 합숙소에 들어가고 눈에 띄게 실력이 좋아진다. 데보라는 렉시를 방송계의 스타로 만들 계획을 꾸미고 스포츠 뉴스 진행자인 브라이언(데이비드 호프만)과 손잡는다. 데보라와 브라이언의 계획대로 렉시는 스타로 급부상하지만, 금지된 3회전 점프를 뛰다가 실명하게 된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 : 아이스 캐슬>은 주로 TV 영화를 참여했던 도널드 리 감독이 만든 1978년 작으로 스케이트 영화 중 고전으로 꼽을만하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2005년 작 피겨 영화 <아이스 프린세스>에 그대로 재현됐으며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점프를 뛰다가 부상당하는 내용은 피겨 영화의 단골 메뉴로 1992년 작 <사랑은 은반 위에>와 2006년 작 후속작 <사랑은 은반 위에 2> 에도 등장한다.

사실, 시골 소녀가 도시로 가 성공을 얻지만, 도서의 냉혹함에 상처 입고 귀향해 가족들의 도움으로 재기한다는 식의 뻔한 미국식 멜로 드라마지만 이후에 나온 피겨 영화들이 낭만적인 면만을 부각시킨 것에 반해 이 영화는 아마추어 피겨 현실까지 사실적으로 포착해냈다.

피겨팬이 아니라면 데보라가 렉시의 나이가 16살이라서 그냥 돌아가려고 하는 장면이 의아할 텐데 이는 피겨가 기록 경기가 아니라 심판 재량 경기라서 보통 어린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식으로 코스를 밟아 심판들에게 얼굴을 익혀놓아야 유리한 판정을 받기 때문이다.

영화 속 목표인 올림픽 대표로 나가려면 우선 국가대표로 뽑혀야 하고 국가대표가 되려면 미국의 내셔널 대회인 전미 피겨선수권에서 3위안에 들어야 한다. 전미 피겨선수권에 참가하려면 우선 9개 군에서 치르는 각 1차 지역 예선에서 상위 4위에 포함되어야 하고 이후 동부, 중서부, 서부해안 3개 지역에서 치르는 2차 예선에서 3위안에 들어야 최종 전미 피겨선수권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극 중 렉시는 1차 지역 예선에 탈락했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2차 예선에 나갈 수 없지만, 데보라가 대중을 등에 업는 꼼수로 대회에 참가시킨다.

렉시는 3회전 점프를 시도하다가 데보라 코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 장면도 피겨가 굳이 실패해서 감정을 당하는 무리한 기술을 시도하지 않아도 적절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피겨계에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주제이기도 하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마추어 피겨 선수들과 성공을 거둔 뒤 갑작스런 세상에 환대에 당황하는 렉시의 모습도 아마추어 피겨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도입부와 마지막 엔딩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스크린 밖으로까지 새어 나올듯한 거센 겨울바람에 속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의 실루엣으로 배경 음악에 맞춰 실루엣은 점점 선명해지고 흰옷은 입은 여주인공 렉시가 등장한다.

시각장애인이 된 렉시가 실명을 숨기고 전미선수권에 참가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나 미쳐 계산에 넣지 못한 꽃에 걸려 넘어져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스케이팅장을 벗어나는 마지막 엔딩 장면 역시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영화에는 렉시가 실제로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렉시 역을 연기한 린-홀리 존슨이 실제 피겨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녀는 16살인 1974년 전미 피겨선수권 노비스(초보자) 레벨에서 2위를 차지한 적 있다. (참고로 피겨 선수들은 대회에 참가하려면 노비스, 주니어, 시니어로 등급으로 이뤄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김연아가 참가하는 대회는 시니어 레벨 대회이다.)

이후 1977년에 프로로 전향했고 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뽑혀 그해 골든 글로브 신인 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활동 없는 반짝스타로 잊혔다.

세계 최정상인 김연아의 연기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렉시의 연기가 마음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20년 전과 지금은 피겨 기술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선보이는 점프 역시 1회전 플립 정도이고 간혹 2회전 점프가 등장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여자 선수들도 3회전을 기본으로 뛰지만 말이다.

린-홀리 존슨 외에 눈여겨 볼만한 배우는 술주정뱅이 벨라 코치역의 콜린 듀허스트다. 그녀는 캐나다 배우로 드라마 <그린 게이블스의 앤>에서 머릴러 역으로도 유명하며 유작인 <사랑을 위하여>에 함께 출연한 배우 캠벨 스콧의 친어머니이기도 하다.

영화 첫 도입부부터 마지막에 피겨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노래는 멜리사 맨체스터가 부른 ‘Through the Eyes of Love’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3대 시상식이라 할만한 아카데미 주제가상,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그래미 어워드에 모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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