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까?’ 사랑의 내기

‘사랑의 내기’ 제니퍼 크루지

사랑의 내기
Title: 사랑의 내기
Original Titles: Bet Me(2004)
Publisher:
Published: 2004
Time:

30대의 전문직 여성인 미네르바(민) 돕스는 여동생 결혼식에 데려가려던 남자 친구 데이비드에게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인다. 민은 친구들의 부추김에 “신이 여성들에게 내린 선물” 캘빈 모리시에게 접근하는데 그와 데이비드가 한 달 안에 자신과 잘 수 있는지를 놓고 만 달러짜리 내기를 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민은 데이비드와 캘빈 모두를 물 먹일 생각에 캘빈의 데이트를 받아들인다.

Awards
  • 2004년 RT Reviewers’ Choice Award Best Contemporary Novel(로맨스 요소가 많은 현대 소설) 부문 노미네이트
  • 2005년 RITA Best Contemporary Single 부문 수상

흔히 미국 3대 로맨스 작가에 꼽히는 작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라 로버츠, 수잔 엘리자베스 필립스, 그리고 아직은 낯선 제니퍼 크루지다. 제니퍼 크루지는 메가 히트 로맨스 작가라는 타이틀 외에도 로맨스 작가들의 평균 학력 라인을 높여놓은 고학력 작가로 유명한데 그녀는 라이트 주립 대학 문학 석사, 오하이오 주립 대학 철학 박사 과정 논문 미수자- 필수 과목 시험을 마치고 논문만이 남은 박사 과정 – 오하이오 주립 대학 문학 박사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시간 철학과 문학을 공부한 토양이 국내에서는 약점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단선적인 줄거리와 사건 중심 전개에 익숙한 국내 독자들에게 캐릭터 중심인 제니퍼 크루지의 소설은 낯설고 현실적인 사랑과 삶에 대해 진지한 탐색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관점도 어렵게 느껴진다. 할리퀸을 곧 로맨스 소설로 손쉽게 등가 시키고 있는 국내 독자층에게는 과연 이것이 로맨스 소설인가 하는 의문마저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제니퍼 크루지의 소설이 전통적인 로맨스 작법에서 어느 정도 빗겨나 있는 것이 사실이나 – 로맨틱 타임즈 리뷰어스 초이스에서 로맨스 요소가 있는 현대 소설이나 여성 소설로 분류된다 – 로맨스는 이래야 한다고 예단 해 놓고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고 비평계에서 극찬을 받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 되는 일은 아니다.

2004 년에 출간된 《사랑의 내기(원제: bet me)》는 5번째 장편 소설로 작가에게 두 번째 리타상이자 – 1995년 《루시의 독립선언》으로 숏 카테고리 로맨스 부문 수상 – 처음으로 장편 부문에서 리타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다. 소설은 “옛날 옛날로” 시작되는 동화의 도입부와 “그들 모두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엔딩 형식을 차용하는데 작가는 이런 동화적 구성 형식을 통해 본 작품이 우리가 오랫동안 가졌던 근원적 의문 –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 작가의 여정의 산물임을 들어낸다.

소설의 전개 방식은 일견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민은 캘빈이 잘 생긴 외모 하나 믿고 거들먹거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고 캘빈은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서 사랑을 얻으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는 민을 “세상 남자를 모두 증오하는 히스테리 한 여성”이라고 치부하고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생각을 하지만 서로를 이기고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마음에 내기에 나서 두 사람의 데이트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민은 일반적인 깡마른 여성들에 비해 다소 둥글둥글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강제적인 다이어트 중인데 캘빈은 그녀가 도넛 먹는 모습을 보고 사랑을 느낀다. 풍만한 여성이 여주인공일 때 독자들은 감정 이입하기 어렵고 과연 이런 여성이 잘 생긴 남주인공의 사랑을 받을 수 있냐는 의문이 드는게 당연지사 – 하지만, 벳시 프리올뢰의 《유혹의 기술 2: 세상을 매혹했던 여자들》을 보면 의외로 수 많은 유혹녀들이 아름답기보다는 평균 이하의 외모였고 뚱뚱한 여성도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제니퍼 크루지는 《오만과 편견》식 로맨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인 물음인 “영원한 사랑”에 대한 화두로 새로운 전기를 모색한다.친구인  데이트 전문 정신과 의사 신시는 일명 성숙한 사랑에 대한 네 단계 이론으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낱낱이 분석하지만 늘 그렇듯 이론은 이론일 뿐 해답이 되진 못한다.

민은 영원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행복한 동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체 막연히 그것을 원한다. 그녀 주변의 여성들은 행복한 동화에 발목을 우겨 넣으려는 불우한 현대의 신데렐라들이어서 이런 불안감을 한층 더 부추긴다. 민의 어머니는 섹시하지 못한 여성은 사랑을 받지 못한다며 자신의 외모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민에게 살 빼기를 강요하지만 정작 자신은 남편과의 유대감 없는 결혼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금발의 공주님 외모인 민의 여동생 다이애나는 동화 속 같은 결혼식을 꿈꾸지만 가장 중요한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신뢰에 대해서는 답하길 머뭇거린다.

민은 자신만의 동화를 말해보라는 친구들의 질문에 대해서 “만일 그 사람이 내 짝이 아니라면?” 이라고 반문하거나 “바보 같다는 건 알지만” 이라며 불가능성을 먼저 탐색한다. 그렇다고 민이 꿈꾸는 동화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평범해 보이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늘 이기는 내기를 하고 싶고 인생이라는 내기에서 당연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데 걸고 싶다. 그렇다고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인생의 내기 판에 뛰어들지 않고 민처럼 팔짱만 끼고 있다고 되는 일은 무엇일까?

민의 해피 엔딩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캘은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데 10달러 걸지”라는 내기를 제안하는데 민은 캘이 이길 가능성이 너무 크다며 내기를 거절한다. 캘은 이런 민에 대답에 “우리의 가능성이 무척 큰 거지”라고 말해준다. 사랑의 내기 판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오직 우리 팀만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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