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감독의 다른 시선” 맨스필드 파크

Mansfield Park (1999)
112 min|Comedy, Drama, Romance|25 Dec 1999
7.0Rating: 7.0 / 10 from 21,957 usersMetascore: 71
Fanny, born into a poor family, is sent away to live with wealthy uncle Sir Thomas, his wife and their four children, where she'll be brought up for a proper introduction to society.
스포일러

전직 해군 중위의 둘째 딸로 태어난 패니 프라이스(프란시스 오코너)는 가난한 살림 탓에 10살이 되던 해 부유한 막내 이모 댁인 맨스필드 파크로 보내진다. 맨스필드 파크에는 버트램 부처를 비롯해 목사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맨스필드 파크에서 더부살이 중인 노리스 이모(셀리아 기쉬), 네 명의 이종 사촌 톰(제임스 퓨어포이), 에드먼드(조니 리 밀러), 머라이어(빅토리아 해밀턴), 줄리아(저스틴 와델)가 살고 있다.

낯선 환경과 다른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 에드먼드만이 그녀의 친구가 되어준다. 패니가 18살이 되던 해 버트램경이 톰을 데리고 식민지인 카리브해의 안티구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사 부인의 의붓 동생들인 메리와 헨리 크로포드 남매가 목사관으로 찾아온다.

에드먼드는 메리에게 호감을 보이고 패니는 두 사람의 관계에 질투심을 느낀다. 한편 줄리아와 머라이어 자매와 연애를 즐기던 헨리는 자신에게 무심한 패니를 유혹할 계획을 세운다.

제인 오스틴이 1814년에 쓴 원작은 보수적인 색채와 수동적인 여주인공 패니 프라이스 때문에 많은 논쟁을 낳았다.

패트리샤 로제머는 자신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맨스필드 파크》은 처음부터 이런 논쟁점에 반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인다.

로제머 감독은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원작과 180도 다른 영화를 탄생시켰다. 원작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타락해 가는 와중에도 도덕의 수호자 같은 패니 만이 흔들리지 않고 맨스필드 파크의 가치를 지켜낸다는 내용인데 맨스필드 파크가 상징하는 것은 가부장제로 대변되는 보수적 색채다. 원작의 패니가 기존의 보수적 가치를 내면화한 인물인데 반해 영화의 패니는 대단히 독립적이며 생기발랄 하다.  그녀는 가부장제의 상징적 인물인 버트램 경과 대척 점에 서서 가부장제의 모순과 억압을 지적한다.

영화는 의식적으로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의 폭력성을 연관 짓는데 큰 아들 톰이 타락의 원인으로는 안티구와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노예 노동 자리잡고 있음을 톰의 그림을 통해서 나타내기까지 한다.

패니가 마차에 실려 ‘맨스필드 파크’로 옮겨 질 때와 헨리의 청혼을 거부해 포츠머스 본가로 유배 당할 때 노예 선과 마주치는 것이나 안티구와에서 돌아온 버트램경이 노예를 노새에 비유하자 패니가 발끈하고 그녀가 물이 올랐다며 결혼 시장에 선 보일 때가 됐음을 언급할 때 패니가 내뱉는 “난 버트램경의 노예처럼 내다 팔리지 않을 거야”라는 대사는 당시 여성의 위치가 노예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가부장제의 한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알코올 중독에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모든 가정 책무를 떠맡아 피폐해진 프라이스 부인과 부유하나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하고 무기력하고 살아가고 있는 레이디 버트램이다. 프라이스 부인/레이디 버트램은 린제이 덩컨이 1인 2역을 연기해 그 상징성을 더하고 있다.

패니는 막내 여동생 수잔과의 편지 교환을 통해서 맨스필드 파크의 이상적인 관찰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패니는 자신을 학대하는 노리스 부인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쉽게 상처 받지 않고 자기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통제해 그 어떤 주변의 이기심도 자신에게 억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은 제인 오스틴의 캐릭터 중 완벽한 여주인공으로 꼽히는 ‘설득’의 여주인공 앤 웬트워스와 일맥상통하는 점이기도 하다. 이런 패니에 비해 에드먼드는 유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 패니를 실망시키며 패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관계로 그려진다. 에드먼드의 수축된 캐릭터처럼 그와 패니와의 로맨스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감독은 개념 없음을 상징하는 헨리를 패니의 상대자로 격상시켜 그를 한계성을 지닌 인간적인 캐릭터로 탈바꿈 시켰다. 또한 개념은 없으나 기성 세대를 풍자하고 독립적이던 메리는 독립심이 상당 부분 패니에게 이전되고 더욱더 쾌락적인 인물로 변경됐다.

감독은 패니와 메리의 묘한 우정에 레즈비언적 색채를 가미해 원작에서 에드먼드가 했던 행동을 모두 패니가 한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의 앞으로의 관계를 암시하는 연극 ‘연인의 맹세(Lovers’ Vows)’ 리허설 시 에드먼드와 메리가 연인 관계인 안홀트와 아멜리아을 연기하지만 영화에서는 유혹당하는 안홀트 역을 연기하며 메리가 에드먼드를 유혹하기 위해서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도 메리는 패니에게 하프 연주를 들려준다.

재미 있는 사실은 패니의 캐릭터에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자전적인 모습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사실이다. 극 중 패니는 ‘잉글랜드 역사’라는 일종의 패러디 역사책을 쓰는데 이는 실제로 제인 오스틴이 16살 때 쓴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패니가 헨리의 청혼을 수락하고 다음 날 파혼한 에피소드도 제인 오스틴이 해리스 빅 위터라는 연하의 청년에게 청혼을 받고 노후를 위해서 승낙을 했지만 다음날 파혼을 한 실제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소설의 무가치하다고 하자 에드먼드가 하는 그에 반박하기 위해서 “훌륭한 드라마는 지성이 엿보이고 인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위트와 유머가 녹아 들어 있다.”하는 대사는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소설 ‘노생거 사원’의 유명한 ‘소설의 옹호’의 한 대목이다.

결말에 이르면 버트램경의 아래 질서정연한 것 같던 ‘맨스필드 파크’는 사실 서구 열강의 추악한 부위에 쌓아 올려져 있으며 자녀들은 모두 타락해(톰은 방탕해 병에 걸리고 머라이어는 헨리와 가출을 하고 줄리엣은 예이츠와 스코틀랜드로 도망가 결혼한다.) 가부장제는 더 이상 지도력을 발휘하니 못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소설이 가졌던 난점을 지적하는 신선한 해석을 보여주나 원작이 가졌던 한계 – 어떤 식으로든 남녀 주인공이 결혼해 결국은 기존 사회제도에 순응하는 선을 넘지는 못한다. 이는 단지 이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가 가부장제에 새로운 대안이 되기 위해서 넘어가 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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