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형 로맨스 소설’ 누나팬닷컴

‘누나팬닷컴’ 김성연

누나팬닷컴
Title: 누나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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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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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 상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팬덤 현상이 예쁘게 보일 때는 짧은 10대 시절뿐이다. 10대 후반이나 늦어도 20대 초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서 탈퇴하는 것이 암묵적인 사회적 룰이다. 20대 중,후반을 넘어서 30대까지 팬질을 하고 있다면 “오직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 나이 값도 못하는 사회적 낙오자 취급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누나팬닷컴》의 여주인공 조아라도 이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이중 생활을 하는 30대 팬이다. 그녀는 서울의 고급 한식당 “고와”의 사장으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음식 솜씨와 경영 수완으로 식당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간다. 그녀는 요식업계에서 인재로 명성이 자자한 민현을 식당 매니저로 스카우트하는데 이런 배경에는 남들이 모르는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

사실 조아라는 아이돌 그룹 ‘슈팅스타즈’ 의 열혈팬으로 특히 리더 민준을 좋아해 온라인 최대 팬 사이트 ‘누나팬닷컴’ 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그를 좀 더 가까이에 서 볼 속셈으로 친형인 민현을 매니저로 채용한 것이다. 외면적으로 성공한 식당 여사장인 조아라가 민현과 면접을 본 뒤 사무실로 돌아와 ‘누나팬닷컴’ 의 운영자 ‘퐈순이모’ 임이 밝혀지는 도입부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임펙트를 줘야 하는데 작가의 글 솜씨가 다소 투박해 생각만큼 잘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팬임을 감추고 민현에게 민준의 정보를 캐내려고 애쓰는 주요 에피소드는 의도했던 코믹함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담겨 있는 조아라의 팬질은 현장의 생생함이 묻어난다. 민현이 아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처음으로 팬질의 세계를 접신한 후 통신어를 오타로 오해 해 수정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들은 미스터 바른 생활인 그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민준이 ‘누나팬닷컴’ 에서 ‘쭈니러버’ 로 활동하면서 고아라의 내밀한 고민을 들어주면서 갖가지 심리적 변화를 겪는 것도 설득력 있다.

반면 틈도 다수 존재해 작품의 구성을 헐겁게 만든다. 작가는 처음부터 조아라와 약혼까지 하려했던 신주영이 돈 때문에 그녀에게 다시 접근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데 이것이 도리어 악인으로써의 캐릭터의 존재 감을 약하게 만들어 빈틈을 보인다. 소설에서 ‘슈팅스타즈’ 의 존재는 민현과 고아라는 만나게 하는 매개체이며 이야기의 설립 가능케 하는 구성 장치다. 대상이 아닌 ‘슈팅스타즈’ 가 주체가 될 때는 이런 경계가 무너져 불협화음을 내고 역시 빈틈으로 작용한다.

조아라는 ‘누나팬닷컴’ 의 운영자 ‘퐈순이모’ 로 활동하면서 오프라인상의 실명을 들킬까 봐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식당에서 일하는 아는 동생에게 들었다는 식으로 게시판에 올린다. 현실에서는 조아라는 민현과 친해져 팬과 가수의 경계를 넘는데 성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아는 동생(일명 로또걸)에게 들었다는 식으로 자랑을 올려 다른 팬들의 부러움을 산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행복을 만끽하던 아라는 팬들의 질투를 사 민현과 원조교제를 한다는 루머에 휩싸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범에게 ‘퐈순이모’ 의 실제 정체를 밝히겠다는 메일을 받는다. 이후 조아라는 협박범의 정체를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첨가된 스릴러 요소가 장르적 특성만큼 긴장감 있는 전개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슈팅스타즈’ 멤버들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민준이 아라에게 속여왔던 ‘쭈니러버’ 임을 밝힐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협박범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기대만큼 갈증 해소가 되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의 틈이다. 협박범의 정체에 무게 중심이 쏠려 되려 ‘쭈니러버’ 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민준과 조아라는 별일 없다는 듯 지나간다.

협박범이 밝혀진 뒤 매듭 지어질 것 같던 소설은 아라와 민현의 현실적인 결혼 문제로 이어진다. 졸부집 딸인 아라의 배경이 걸림돌로 부각되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발랄하게 진행되던 소설을 정체에 늪에 빠뜨린다. 주영이 두 사람 사이를 훼방 놓으려 하는 것은 철저하게 군더더기다. ‘누나팬닷컴’ 이 운영자가 바뀐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 소설에서 팬질은 로맨스를 성립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작가는 30대 여성이 아이돌 그룹에 심취해 있는 이유에 대해 연애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대체물 정도로 묘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라는 젝스키스의 해체와 동시에 열혈팬을 졸업하고 주영과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절을 잊는다. 주영과 헤어진 뒤 이렇게 어른이 되는구나 하는 그녀는 민준을 TV에서 보고 순간 가슴을 설레며 다시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팬사이트까지 만들지만 소녀시절에 감성을 오지 않는다.” “전에 만났을 때도 참 어리다 싶었는데 다섯을 함께 모아놓으니 유치원생이 따로 없다. (중략)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2권 13페이지) “

사회적 낙오자 취급까지 각오하며 팬질에 심취해 있던 30대 여성의 심리를 겨우 연애 대체물로 한정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 눈치가 보여 활동하기 쉽지 않은 28세 이상만을 회원으로 가입 받는다는 ‘누나팬닷컴’ 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 이보다는 적절한 심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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