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男과 어리버리女’ 내 사랑 내 비서 차보리

‘내 사랑 내 비서 차보리’ 이경미

내 사랑 내 비서 차보리
Title: 내 사랑 내 비서 차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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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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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은 크게 두 부류다. 도도하거나 귀엽거나. 도도한 여성은 안하무인과 뉴욕 스타일의 쿨함의 이종필살기를 내세워 그 동안 숨죽여 살았던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고(도도한 여성이 망가지면 귀여운 여성이 된다) 무슨 일을 해도 이쁨 받고 용서 받는 귀여운 여성은 여성들의 순진무구한 로망 중 하나임을 부인 할 수 없다. 문제는 상당수 작품에서 도도한 여성을 그리려다 ‘개념탑재필수’라고 써 주고 싶은 여주인공이나 귀여우려다가 점점 유아스러워지는 캐릭터가 넘쳐난데있다. 맛깔 나는 대사, 개연성 있는 상황 등을 모두 배제한채 단순한 캐릭터성 하나에 기댄 밀어부치기식 전개로 일관하니 일어나는 폐해다.

이경미의 《내 사랑, 내 비서 차보리》는 오만男과 어리버리女를 짝짓기해 일어나는 로맨틱 코미디다.  27살의 차보리는 2년 차 백수로 친구가 때려치운 중소 무역 회사 사장의 비서 자리에 채용된다. 사장의 말은 곧 법이라는 절대 왕정의 축소판 같은 회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사장 조종만 대  비서 차보리의 구도는 자연스럽게 제왕적 상사의 교범 같았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미란다와 앤드리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후자가 어른들의 싸움이라면 전자는 ‘책상에 줄 그어놓고 넘어오면 죽어’라고 으름장을 놓는 초등 학생들의 싸움이다.

여주인공 차보리가 상황 파악 못하는 어리벙벙함을 내세워 까탈 사장의 공격을 모두 방어해낸다는 것이 이 소설의 웃음 포인트이긴 하지만 말끝마다 유치한 변명으로 자신의 실수를 덮어보려는 차보리는 과연 27살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유아적이다. “사장님 오늘 밤을 샌다 해도 다 못할 거예요. 저 혼자 두고 가시면 어떡해요?” 라고 애교와 앙탈을 부려 데는 차보리와 “왜? 같이 있어주랴?”라고 화답하는 사장의 관계는 아무리 잘 봐줘도 《궁》의 오만한 고등 학생 황태자 주지훈과 여고생 윤은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장 비서는 회사의 꽃이라며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나대던 보리의 행각 때문에 오만한 사장은 어느새 마당쇠로 관계가 역전되고 마당쇠가 된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조종만이 평생의 마당쇠가 되는 것으로 극은 마무리되지만 대체 왜 조종만이 차보리에게 그토록 연연하는지에 대해서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작가는 러브신에 대해서 대단히 어색한 듯 보인다. 러브신에 대해서 대작가 제인 앤 크렌츠는 “로맨스 소설에서 러브신이 없어도 상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스릴러 소설에서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큼 심심할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로맨스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 대단히 어색한 러브신부터 다듬는 내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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