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할리퀸 재탕’ 나만의 간병인

‘나만의 간병인’ 서영화

나만의 간병인
Title: 나만의 간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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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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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초반의 나이로 재계의 무서운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태수는 중요한 사업적 도약을 눈 앞에 두고 기분 전환을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하반신 마비가 된다. 태수는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 주변에 행패를 부리고 병원측에서는 태수를 치료 하기 위해 이하나 간호사에게 6개월간의 특별한 간병인의 임무를 맡긴다.

병원 원장은 망설이는 하나를 설득하기 위해 파격적인 특별 보너스, 두 배의 임금, 주임 간호사로의 파격 승진을 조건을 내걸고 특별히 “계약서”까지 작성한다. 태수는 처음에는 하나를 거부하다가 점차 그녀만의 매력에 빠져들고 태수의 약혼녀 유리의 존재와 우연히 태수가 보게 된 하나의 이면 계약서, 하나가 선본 남자에 대한 태수의 질투 때문에 둘 사이에 잠시 위기가 찾아오지만 늘 그렇듯 태수에게 닥친 사업적 위기와 하나와의 사랑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로맨스 소설을 구분하는 가장 큰 대분류법은 카테고리 로맨스와 싱글 타이틀 로맨스로 구분하는 것이다. 카테고리 로맨스 – 시리즈 로맨스라고도 한다 – 는 흔히 우리가 할리퀸 로맨스라고 알고 있는 책들이 이에 속하는데 출판사에서 미리 시대, 배경, 성적 수위, 장르, 남녀 주인공 캐릭터 등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놓은 뒤 그 카테고리에 맞게 작가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작품을 쓰게 한 뒤 한 달에 일정 권수(할리퀸은 12권이다)을 출간 하는 방식이다. 출간 된 작품은 각 카테고리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권 당 페이지는 250페이지 정도로 짧다.

이에 반해 싱글 타이틀 로맨스는 카테고리 로맨스 외의 로맨스로 작가적 역량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며 하위 장르, 속편도 무한하다. 책의 분량은 350~400페이지 정도로 우리가 흔히 장편 로맨스라고 부르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리뷰 서두에서 갑작스레 이런 원론적인 로맨스 분류법을 언급하는 하는 이유는 서영화의 <나만의 간병인>이 전형적인 카테고리 로맨스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80년대 할리퀸 로맨스의 재탕이다.

억지스러운 설정, 뻔히 보이는 플롯의 전개, 재벌 가의 배다른 자식으로 태어나 천재적인 사업 수완을 발휘하는 남자 주인공,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밝고 명랑한 여주인공, 극단적 악녀형인 남주인공의 약혼녀, 우연히 남주인공의 약혼녀의 결정적 비행을 목격하는 여주인공, 아버지와 척을 지고 있는 연인을 위해서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는 엔딩 에피소드 등 과연 이 소설에서 작가만의 독창성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작가는 과거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전신 마비가 됐을 때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음을 후기에 밝히고 있는데 자신이 잘 모르는 간호사나 병원 업무에 대해서 쓸 게 아니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환자의 가족이나 간병인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쓰기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철저한 사전 조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면도하다가 상처가 나서 수혈이라도 받는다면 이태수씨 손해인 건 잘 알고 있겠죠. 요즘 수혈하다가 잘못되어 에이즈 걸리는 사람도 간혹 있다던데”-p131 이것이 정녕 8년차 전문 간호사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밖에도 하나가 내뱉는 대사나 행동은 간호사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애초 <나만의 간병인>은 신영미디어 홈페이지에서 예원이라는 필명 하에 2005년에 이북으로 출간됐던 작품이다. 요즘 신영미디어에서는 많은 소설들을 이북으로 먼저 서비스 한 뒤 책의 내용을 좀 더 수정 보완해 종이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하지만, 장편 로맨스로 출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을 수정한다고 해서 나아질까? 할리퀸처럼 일종의 카테고리 로맨스 라인을 가지고 있다면 할리퀸의 전형적인 로맨스 요소를 한국적 상황으로 적절히 변화시킨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감과 동시에 작가들이 본격적인 장편 로맨스를 쓰기에 앞서 좀 더 많은 수련을 쌓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장편 로맨스를 기대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가 할리퀸 로맨스를 보고 실망하는 독자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퀸에는 병원에서의 특수한 상황을 다룬 메디컬 로맨스가 하나의 하위 카테고리로 있기도 하다. 끝으로 만약 <나만의 간병인>을 장편 로맨스가 아닌 카테고리 로맨스의 범주에 넣는다면 별 세 개의 범작 수준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다만, 린 그레이엄이나 샌드라 마턴, 페니 조던 같은 할리퀸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전형적인 요소만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독자를 작품 속에 몰입시킬 수 있도록 작가만의 독창적인 상황 설정과 섬세한 감정 묘사에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악녀나 남모를 트라 우마를 지닌 남주인공 같은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독자들이 쉽게 감정적으로 동요하진 않는다. 그러기에는 이들은 너무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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