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품격 로맨틱 코미디’ 그 여자는 투우사를 닮았다?

‘그 여자는 투우사를 닮았다?’ 전지아

그 여자는 투우사를 닮았다?
Title: 그 여자는 투우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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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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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아의 《그 여자는 투우사를 닮았다? 》는 단언컨대 지금까지 필자가 본 로맨스 소설 중 “최악의 로맨스 10선”에 거리낌없이 올려 놓을 정도로 완성도가 조악하다. 위트 대신 화장실 코미디가 자리를 채우고 있는 저질 섹스 코미디다. 지야가 영화 촬영 도중 발기하는 장면, 은보라가 반지야에게 똥침을 가하는 에피소드등 로맨스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파격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정사신은 7년간 금욕 생활을 하던 은보라가 꾸는 에로 비디오식 백일몽에 불과하다.

줄거리는 드라마와 할리퀸의 짜깁기에 개연성도 없고 억지스러운 상황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인공은 당대에 가장 잘 나간다는 꽃미남 스타 반지야다. 반지야는 고급 나이트 클럽에 갔다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여자와 원나잇스탠드를 한다.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반지야는 여자가 남기고 간 “당신과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려 ‘투우사를 닮은 그녀’를 찾아 나선다.

반지야는 그녀를 찾지 못하고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반지야는 미니 시리즈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는데 싸가지 없는 작가 은보라가 7년 전 바로 그 ‘투우사를 닮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은보라는 7년 전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반지야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로 마음 먹는다.

두 사람의 대립으로 드라마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반지야와 은보라는 연인 행세를 하고 반지야는 은보라의 7살난 딸 지수가 자신의 딸임을 확신하고 애정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진다. 한편 은보라에게는 과거 사랑했던 남자가 친구와 바람이 난 아픈 과거가 있다는 게 밝혀지고 지수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는 등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배배 꼬인다.

남녀 주인공은 대표적인 무개념 캐릭터다. 특히 건강 염려 증 환자로 설정돼 있는 은보라의 안하무인은 도가 지나쳐 정신병 수준이다. 그녀는 테이크아웃 커피 점에서 “환경 호르몬이 넘치는 종이 우린 맛 나는 커피”를 내온다며 면박을 주거나 유방암 검진을 한 의사를 112에 성희롱으로 신고 할 정도로 개념을 상실했다. 은보라가 아니라 ‘무뇌보라”다.

극 중 미니 시리즈 은보라의 무개념 행진은 연기력 없는 반지야가 자신의 드라마에 캐스팅 된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녀는 전설적인 독한 작가 아리영의 “작가가 피고름으로 쓴 대본, 얻다 대고 던져요!”의 파워를 넘는다. 단막극만 쓰다가 이제 겨우 미니 시리즈를 쓰는 별볼일 없는 작가가 톱스타에게 “내가 쓴 작품들은 모두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예요. 난 내 자식이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은 거예요.”라고 대드는 것은 예사요 작가적 자부심은 대단해서 “겨우 구술이나 받아 치는 타이피스트가 되자고 그 비싼 대학 등록금을 4년씩이나 꼬라 박고 정서적 고양을 위해 수 많은 명작을 침침할 때까지 읽어대고 필력 향상을 위해 몇 날 며칠이고 골방에 틀어박혀 컴퓨터와 씨름하며 고독함을 감내 내며 글을 써왔단 말인가. 고작 남이 하는 말이나 받아 쳐주려고? (P178)” 같은 스토리 전개에 불필요한 자기 변명조의 대화까지 삽입하는 수준이다. 하긴 10년째 TV를 안보는 시나리오 작가라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인데 애초부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 평론가는 오래 전 대학 후배를 성폭행해 소문이 자자하게 났던 인간이었다. 그렇게 자기도 인생을 거지 같이 살고 있는 주제에 반지야의 연기가 거지 같다고 평하며 이젠 제발 충무로에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p 96)”, “적어도 이날 하루만큼은. 다음날 대 역전극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반지야도 은보라도 알지 못했다. (p199)” 등 독자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순수한 전시적 작가 시점의 설명조 문장을 신인 작가들은 대단히 위트 있다고 여기나 독자가 책 속에 몰입하는데 방해만 될 뿐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로맨스는 우리말로 낭만이다. 낭만(浪漫 물결랑에 질펀할 만) 뜻만 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단어는 로맨스를 일본식 한자어로 음차한 조어다.(한자 낭만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로망이다.) 동양에 없던 정서가 유입된 탓인지 이 낭만이란 정서를 제대로 소화 해 내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한’이라는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로맨스라는 타이틀은 작가 앞에 달고 있는 이상 작가가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로맨스 소설의 겉모양 새 베끼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부족한 이 정서를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책은 작가가 독자와 벌이는 가장 정직한 승부다. 저급한 유머나 백일몽 같은 섹스 신으로 독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승부에 자신이 없다고 먼저 선언해 버리는 비겁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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